책머리에
기독교는 덕을 초월한다. 이것은 구속의 대전제이다. 인간이 덕으로는 생명줄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믿음은 하늘의 선물’이라는 말씀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휴머니즘(인도주의)이 벽에 부딪쳤을 때 눈앞에 뚫린 작은 통로―이것이 곧 생명에의 길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절망 속에 비치는 한 가닥 섬광과 같은 것이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덕에 약하다. 덕을 쌓을수록 자기 허물을 더욱 많이 의식하게 마련인 것이 인간이라는 이름의 귀중한 동물이다. 그러기에 주님은 “선한 이는 오직 하나님뿐”(마19:17)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주님 자신도 육을 입고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고백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덕을 강조하신다. 덕을 초월하려면 덕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리상 초대교회 당시에는 주로 기독론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즉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그러다가 중세에 와서는 구원론이 논쟁의 주류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