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동을 대신하여 물었습니다.

“주님,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늘까지 주님을 열심히 따라왔는데, 대가가 무엇입니까?” 이것은 터놓고 말하면, 주님은 왕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감투 하나 얻어 쓰지 못하게 될 테니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하는 항의나 마찬가지입니다. 베드로의 처지에서 보면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 둔 의문을 벼르고 별러서 터트린 말이지만, 수제자의 체통을 스스로 깨는 질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주님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다시 와서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마.”(마19:28) 이 언약에 대해 베드로를 비롯하여 제자들은 불만이었습니다. 주님의 약속은 요컨대 “내가 죽은 다음에 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이런 언약이 탐탁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언약에 한 가닥 소망이나마 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도 요한이 이상 중에 하늘나라에 가보니, 주님의 모습은 눈에 뜨이지도 않았습니다. 요한은 “내가 괜히 한 평생 하나님의 아들을 따릅네 하고 헛고생을 했구나!” 하고 후회 막심했습니다. 그러니 억울하여 울음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로 한 사람의 입에서, “유다 지파의 사자(獅子), 다윗의 뿌리가 이기었으니, 이 책의 일곱 인을 떼시리라.”(계5:5)는 말이 떨어지자 주님이 천

222 에덴의 메아리5권
Chapter 29

사와 24장로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난 것을 보고, 사도 요한은 비로소 “옳거니! 주님의 언약은 그대로 이루어지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던 것입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육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옥체를 찢기심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영광의 보좌에 앉게 된 것입니다.(히5:9-10) 만일 주께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십자가를 지시지 않고 그대로 홀연히 변하여 승천하였다면 하나님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멜기세덱의 대제사장’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긴자가 끝까지 당신의 일을 지키면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계2:26) 여기서 말하는 주의 일이란 하늘 군병의 수(14만 4천)를 채우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설사 이긴자로서 주의 택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일을 이루지 못하면 ‘만국을 다스릴 철장’은 주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긴자란 요컨대 주께서 당신 대신에 해야 할 일을 맡아 달라고 세운 종입니다. 주님은 하늘나라를 이루실 때까지 하나님 대신 역사하시고, 이긴자는 하늘 군대의 편성을 마칠 때까지 주님 대신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필요한 재료는 주께서 주십니다. ‘흰 돌’이니 ‘생수’니 하는 것이 그 재료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은 하늘의 십자군을 편성하려는 당신의 뜻을 이긴자가 이런 재료를 갖고 이뤄주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이긴자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

에덴의 메아리5권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