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다음에 모세의 경우를 두고 생각해 봅시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그가 자기를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패와 죄악에 못 이겨 격동한 나머지 이방인 구스의 여인을 아내로 삼았을 때, 그의 형제자매인 아론과 미리암까지도 모세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모세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율법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인간의 생각으로 그 혼인의 부당성을 지적하여 비방하다가 하나님의 책벌을 받았습니다.(민12:8) 그들은 하나님의 역사가 잘 되기를 바라고, 또 누구보다도 모세를 아꼈기 때문에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치 않았던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모세의 후대 여호수아를 따르는 제2세대들은 여호수아의 지시에 순종했습니다. 그 예로,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함락시킬 때의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에 여리고성은 가장 견고한 요새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려면 이 성을 어떻게 해서든지 함락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일곱 제사장들을 앞세워 나팔을 불며 성 밖을 돌게 할 뿐, 무장한 장정들에게 쳐들어가 싸우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물론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내린 지시를 따른 것이지만, 모세를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대뜸 항의했을 것입니다. “아니 강적을 맞아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나팔만 불고 개미 쳇바퀴 돌듯이 돌기만 하니, 이런 비겁할 데가 어디 있습니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여호수아가 섣불리

290 에덴의 메아리3권
Chapter 21

하나님의 지시 내용을 발설할 수도 없는 것이, 그렇게 하면 금세 마귀의 귀에까지 누설되어 여리고성의 적들은 더욱 방비를 튼튼히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여호수아를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랴 싶어, 말없이 순종함으로써 드디어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여리고성이 함락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란 이런 것입니다.

사울이 인간의 생각으로 여호와의 지시를 어겨가면서까지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좋은 양과 소를 남겼을 때 여호와께서 사울을 이스라엘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시고,(삼상15:11) 선지자 사무엘이 사울에게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삼상15:22)고 충고하기에 이른 것도 사울이 하나님보다도 인간의 생각을 앞세워 일을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앞에서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율법에 매이지 않는 특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또 그래야 하나님의 일을 앞장서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런 자기의 특권을 좀처럼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법도에는 어긋나지 않더라도 자기를 따르는 어린 심령들에게 누를 끼치고 부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이 방면에 제일 신경을 쓴 하나님의 사람은 바울이었습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교인들에게 폐가 될까 하여 식사 한 번 대접받는 것도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바울의 심경을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바울을 비방

에덴의 메아리3권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