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영광스러운 제사를 드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 하나님께서 자기의 자손으로 하여금 땅의 티끌처럼 셀 수 없을 만큼 번성케 하리라던 언약을 상기하였습니다. ‘이삭이 죽으면 대가 끊기는데, 그렇다면 여호와의 언약은 거짓말이 되는 게 아닌가? 정말 이삭을 처참하게 불살라 죽이실까? 그럴 리가 없겠지.’ 아브라함은 이 생각 저 생각이 수없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길을 가던 이삭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제물로 드릴 양은 어디 있어요?”
여러분, 이때 아브라함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아브라함은 시치미를 떼고 아들에게 대답했습니다.
“어린 양은 하나님께서 이미 마련해 두셨단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이상 중에 보여 주신 장소에 단을 쌓고 장작을 얹은 다음, 아들을 결박하여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때 여느 자식들 같으면 아버지에게 항의하여 도망칠 테지만, 이삭은 아버지가 하는 대로 묵묵히 몸을 내맡겼습니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브라함이 눈을 딱 감고 칼을 들어 아들을 찌르려는 순간, 천사가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창22:12) 하나님의 사자가 말했습니다.
(2) 주님의 그림자로서의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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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드린 것은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의 신앙 척도를 시험하신 데 그치지 않으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어린 양의 역할을 하여 일단 단상에 제물로 오른 이삭은 바로 주님의 그림자로서, 여호와께서는 일찍이 당신의 아들을 제물로 보내기로 예정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삼아 제사를 드리라고 지시한 모리아 산으로 말하자면 감람나무가 많아 감람산이라고 불렸는데, 솔로몬 왕 때 성전을 건축하였으며,(대하3:1) 이 감람산 중턱에 바로 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다 언덕이 있습니다. 주께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저주 받은 바 되어 이 땅에 오셔서,(갈3:13) 죄인이 달리는 형틀을 지신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이 어떤 조건으로 이 땅에 오셨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이 땅에서는 ‘저주받은 자’요 ‘인자’요 ‘천사보다 조금 못한’(시8:5) 몸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사야 선지자의 입을 통해 예언한 대로,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이’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또한 그의 손으로 여호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그 자신을 속죄의 제물’로 드린 것입니다.(사53장 참조) 주께서 이와 같이 천사보다 못한 존재로 속죄의 제물이 되시지 않으면 죄에 빠진, 저주받은 인간을 구할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천사보다 조금 못한’ 주님의 얼굴은 육적인 어머니 마리아를 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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