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

씩 나르면, 저녁에 일당 700환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운데 살아왔습니다. 하루 700환씩 받는 품삯에서 십일조를 떼고 식구들의 입에 풀칠을 할 봉지쌀을 사고 나면 버스 값도 남지 않아, 청량리에서 동대문까지 줄곧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늘 배가 고픈지라, 길가에서 구워 파는 국화빵이 그렇게 먹고 싶어도 한 번 사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남의 심부름을 해 주고 과외 돈이라도 생기면 그대로 감사 헌금을 하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나님께 바치면 나중에 하나님께서 더 많이 갚아 주시겠지 하고 기대해서가 아니라, 적은 물질이나마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바쳤던 것입니다.

하루는 내가 우연한 기회에 장화 하나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 장화는 나보다 우리 교회의 전도사님에게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어머니더러 담당 전도사님에게 갖다 드리게 하였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매우 흡족하였습니다. 갠 날이나 궂은 날이나 한 생명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도사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도와 드렸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어느 날, 나는 여전히 다 떨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며 질퍽한 길을 젖어서 지나가다가 문득 장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 장화를 내가 신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니지, 나는 혼자 몸이지만, 전도사님은 공적인 구령 사업을 하시는 분이 아닌가.’ 이렇게 속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300 에덴의 메아리1권
Chapter 30

갑자기 하늘에서 뜨거운 불이 온몸을 덮치는가 싶더니 향취가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내가 주님 앞에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하면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구나!’

어느 날 나는 어떤 우연한 인연으로 자유당 중앙당에서 사환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당대의 정계를 주름잡던 정치가들을 가까이 모시고 심부름을 하는 가운데, 어린 소견이나마 정계의 이면을 기웃거리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특히 자결한 이기붕 씨의 관에서 새어 나오는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그 관을 내가 손수 메고 갈 때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자유당이 망하여 룸펜이 된 나는 학교 정문 앞에 앉아 학용품 행상을 하였습니다. 한번은 학교가 파하여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꾸벅꾸벅 졸던 끝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시궁창에 빠졌는데, 거기서도 여전히 졸다가 눈을 떠 보니 머리 위에서 아이들이 떼를 지어 내려다보고 놀려 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허겁지겁 일어나 물건을 대충 챙겨 가지고 집으로 와 버렸습니다. 버스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하루는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데, 단상에서 난데없이 웬 이슬이 자욱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더욱 열심히 기도를 하면서 은혜의 연결을 받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때로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몰래 기도하다가, 그것

에덴의 메아리1권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