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

을 해 줄지라도 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앉은 자라면 주님 앞에서는 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예수를 얼마나 착실히 믿느냐 하는 척도는 외형적인 껍데기가 아니라, 속사람이 여호와를 얼마나 간절히 찾아 의지하느냐 하는 데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기독교에 몸담은 것은 열여섯 살 때의 일입니다. 그때까지 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구역질이 나도록 보기 싫어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꼴이 해괴망측한 것을 여러 번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경북 김천에서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중풍환자로 고생해 오는 가운데, 하루는 박태선 장로가 무슨 병이든지 척척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교회에 나가는 식구들을 따라 나도 교회에 나갔던 것입니다. 이때 나는 아버님 병만 고치면 교회는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교회에 나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내가 앉아 있는 마루가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몸까지 화끈거리기에 이상하여 손으로 마루를 만져 보았더니, 내 옆에 앉은 사람의 마루는 찬데 내가 앉은 자리는 뜨뜻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에 내 코에서 갑자기 분 냄새가 나기에, 어떤 여자가 분을 바르고 온 줄 알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주위엔 여자라고는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상하구나 생각하면서 그것이 무슨 영문인지 알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교회에 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집에서는 오랫동안 우상을 섬

298 에덴의 메아리1권
Chapter 30

겨 왔으며, 점을 치러 갔더니 서울로 이사 가라고 하기에 김천에서 서울 전농동으로 셋방을 얻어 이사하였습니다.

그동안에 아버지의 병을 고치는 데 하루에 만 원, 이만 원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그리하여 가산은 탕진되고, 심지어 내가 갖고 있던 책까지도 팔아먹는 형편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조금도 차도를 보지 못하고, 어머니와 형과 나 그리고 어린 동생 다섯을 뒤에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앞으로 살 길이 캄캄하여, 예수가 있다면 먹고사는 길을 열어 주시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교회에 나가 우리 식구가 굶어 죽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새벽 예배에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니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제 나도 아비 없는 자식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이모 댁에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가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네가 어디서 아버지를 찾느냐? 네 아버지는 하늘에 있느니라.” 하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리둥절하여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하늘에는 솜털만 한 구름들이 여러 점 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별일도 다 보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집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터에 나가 벽돌을 나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게에 벽돌을 지고 하루에 50회 내지 60회

에덴의 메아리1권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