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

죽으리라는 것을 환히 내다보고 계신 주님은, ‘내가 과연 죽음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까?’, ‘마귀의 큰 세력이 닥칠 때 무난히 물리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날짜까지 받아 놓은 사형수로서의 주님은 심신이 아울러 지칠 대로 지쳐 있었으며, 30세 남짓한 젊은 나이에 이미 50세쯤 되어 보였던 것입니다.(요8:57)

주님은 당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숨은 의미와 여호와의 깊은 사정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즉 인류를 구원하는 길을 트기 위해서는 당신이 불가불 산 제물이 되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주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고 비둘기 같은 성령의 충만함을 입은 후에, 사생활에서 벗어나 공생활에 접어들면서, 얼마 안 되어 맞이할 죽음을 앞에 놓고 착착 당신의 일을 해 나가다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간혹 자기의 죽음에 대하여 조금씩 언질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메시아를 육적으로만 해석하는 그들은 주님의 심정을 전혀 알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만일 주님이 제자들에게 당신의 죽음에 대하여 솔직히 다 털어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두 떨어졌을 것입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주님의 죽음은 점점 다가왔습니다. 이윽고 주께서는 일을 차츰 제자들에게 분담시키고, 당신은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마음의 각오를 다시금 굳세게 하는 한편, 육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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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

으로도 되도록 십자가 위에서의 괴로움을 줄이고 빨리 운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음식을 거르셨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닥쳐왔습니다. 주님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으로 기도하러 올라가셨습니다. 제자들 중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마음이 몹시 괴롭고 슬픔에 가득 차(마26:38) 그들에게서 잠시나마 위로를 얻으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물에 빠진 자가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주께서는 약해지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땅에 엎드려, “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26:39) 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싫어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십자가를 져야 하며, 이것을 피했을 때 하나님의 경륜과 인류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따라서 그와 같은 기도가 하나님에 대한 무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그 기도가 입에서 새어 나왔던 것입니다. 하늘에서 여호와인들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이윽고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주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용기를 얻어, “이 잔이 나에게서 그냥 지나갈 수 없으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이마에서는 땀이 핏방울 떨어지듯 하였습니다. 이것은 인류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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